작년에 문신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문신: 우주를 향하여>라는 전시를 하였습니다.
저도 덕수궁에 가서 전시를 관람하며 많은 감동을 받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납니다.
문신 작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조각가로서의 면모만 알고 있었는데 해당 전시에서는 조각(95 작품) 작품뿐 아니라 회화(45 작품), 드로잉, 도자기 등 총 230여 점이 출품되어 작가의 전체 인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새로웠습니다.
1. 문신 작가 소개
문신 작가는 1922년 일본 규수 탄광지대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와 일본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다섯살에 아버지의 고향인 마산에서 할머니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고, 열여섯 살부터 회화를 공부하기 위해 밀항으로 일본에 건너가 일본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습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귀국하여 마산과 서울을 오가며 화가로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였습니다.
일본 유학 시절에 그렸던 작품인 <자화상>과 고향인 마산에서 그린 <고기잡이>라는 작품이 유명합니다.
문신 작가는 1961년, 39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65년까지 프랑스에서 작업과 생활을 합니다.
당시 파리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라브넬 이라는 지역에 머물며 약 3년 동안 석공으로 고성을 수리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부터 문신작가는 조각가로서의 삶을 살며 수많은 조각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특히 흑단 목조로 시작한 문신의 조각 작업은 1970년 프랑스 남부 바카레스항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에 초대작가로 참가하면서 <태양의 인간>이라는 제목의 토템 조각을 선보이며 국제 조각계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프랑스에서 머물던 시절 시도했던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공원 조형물 모형' 등 공공조형물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미술관은 한정된 실내 공간에 소수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신 작가는 1970년대 이후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공공조형물과 조각 작에 더 전념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1980년에 한국으로 귀국한 후 마산에 정착하여 창작에 몰두하다가 1994년 직접 디자인하여 건축한 '문신미술관'을 개관하고 1995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문신 작가가 남긴 선물과 같은 '문신미술관'에도 꼭 한 번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2. 작품 배경 및 특징
문신 작가의 회화 작품들의 특징은 모더니즘입니다.
고기 잡는 어부들의 모습, 생선, 소, 닭 등 향토적인 소재를 선택하였으나 표현 방식은 추상화적이기도 하고 큐비즘을 이용하여 표현하기도 합니다. 면과 색을 단순화하며 평면성을 강조하는 그림을 보면서 작가가 그림도 조각처럼 그렸구나, 결국 조각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소를 그렸던 다른 작가의 작품과 비교하여 아래 작품을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문신 작가는 프랑스에서 석공으로 일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서두에서 하였습니다.
당시에 고성을 고치는 일은 오래된 돌을 뜯어내고 돌이나 시멘트에 광물성 물감을 혼합하여 오래된 돌 같은 느낌을 만들고, 또 돌을 다듬고 쌓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었는데 이때 문신 작가는 재료의 물성과 형태, 구조에 매료됩니다.
노동을 하면서 힘들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가로서 소재를 보는 시선으로 일에 임하였다니 천재는 다르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삶과 일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에서 천재가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신 작가는 나무 외에도 브론즈,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조각 작품들은 대칭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는 않습니다.
이는 생명체에서는 정확한 대칭을 볼 수 없고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대칭 속의 비대칭'을 통하여 작가는 사물의 관계를 관찰하고, 균형감을 작품 창작의 원리로 수용합니다.
3. 작품 소개
문신 작가의 대부분의 조각 작품이 무제인 반면 이 작품은 <해조>라는 구체적인 제목을 직접 붙인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앞면과 뒷면이 다르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앞면은 타원의 중심에서 외부로 날카롭게 펼쳐지는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뒷면은 비늘처럼 생긴 형태가 겹친 채 덮여 있습니다.
측면에서 볼 때에는 앞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보이는데, 이러한 표현으로 인하여 청동의 둔중한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생명체가 도약하려는 듯한 생동감을 뿜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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