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작가는 2000년대 이전 국내 미술시장의 주요 작가 중 유일한 여성 작가입니다.
또한 이중섭, 김환기, 이우환 등 작가들과 같이 '경매 최고가' 낙찰을 많이 받은 작가입니다.
천경자 작가의 <초원Ⅱ’(1978)>라는 작품은 2018년 20억 원에 낙찰되었다가 2022년 더 고가로 리세일되기도 하였습니다.
1. 천경자 작가 소개
천경자 작가는 1924년 11월 11일 전라남도 고흥군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천옥자입니다. 빼빼로 데이에 태어나셔서 기억하기가 쉽습니다.
공립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미술교사로부터 그림을 처음 배웠고, 1941년 도쿄로 넘어가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하여 데생과 채색법을 배웠습니다.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한후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파리 아카데미 고에쓰에서 공부한 유학파입니다.
이후 한국으로 귀국해 1955년 대한미술협회전에 적품을 출품하고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천경자 작가는 여성들에게 보수적인 시대에 태어나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개방적이었습니다.
상당한 애연가였으며 세계일주를 한 적도 있습니다.
1969년 남태평양 고갱의 섬으로 유명한 '타히티'를 시작으로 28년 동안 유럽, 미국,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 카리브해까지 전 세계를 다녔습니다. 남태평양을 다니면서 경험한 것을 직접 그린 데생 삽화와 함께 출간한 <천경자, 남태평양에 가다>를 출판한 수필가이기도 합니다.
또한 홍익대학교 동양화 학과장을 지낸 이력도 있습니다.
또 천경자 작가는 큰 키와 호리호리한 몸매의 패션리더 였습니다.
표범무늬 옷을 입고, 원색의 드레스를 입고, 터번을 두르기도 하였고 가늘게 그린 눈썹과 붉게 칠한 입술, 그리고 담배를 무는 그녀의 모습은 동시대 여성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시대에 MZ로 태어났어도 주변을 압도하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 천경자 작가는 좋은 집안에서 능력과 개성마저 타고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천경자 작가가 일본 유학을 떠난 사이 그녀의 아버지는 도박으로 재산을 다 날렸고, 이로 인하여 불화가 심해지고 외할아버지는 고혈압으로 쓰러졌습니다.
고향에서는 아버지의 도박 빚 때문에 가세가 기운것이 아니라 딸, 즉 천경자 작가를 유학 보내느라 집안이 망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온 가족은 고향을 떠나 광주로 이사를 해야 했고, 천경자 작가는 귀국하여 광주에서 미술교사 생활을 하며 가족을 부양해야 했습니다.
일본 유학 중 만난 유학생과 결혼을 하였으나 남편은 무능했고 부인인 천경자가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미술교사로 근무하던 전남여고에 상습적으로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두번째 남편은 아이를 낳고 나서야 유부남인 것이 밝혀지는 등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였습니다.
또 여동생과 우애가 돈독했는데, 함께 그림을 그리며 서로를 복돋아주던 여동생이 병으로 일찍 사망한 일도 있었습니다.
1991년 <미인도> 위작 시비 사건으로 힘들 시간을 보낸 천경자 작가는 큰 충격에 작업을 중단하고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93점을 기증하고 미국으로 떠나 살다가 건강이 악화되어 투병생활을 하였고 결국 1995년 돌아가셨습니다.
내 온몸 구석구석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 있나 봐요.
아무리 발버퉁 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아요.
천경자 작가의 인터뷰 중 나온 고백입니다.
천경자 작가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습니다. 자화상을 보면 아름답고 신비로우면서도 아련한 슬픔이 느껴지는데 작가 본인의 내면에 쌓인 응어리와 격한 감정들이 작품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삶의 비애와 분 같은 감정, 한을 그림의 재료로 써야만 하는 삶을 살았던 화가들이 있습니다.
천경자 작가의 작품과 고흐의 작품을 보면서 어떤 강렬한 슬픔이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2. 작품 배경 및 특징
천경자 작가의 작품을 크게 1942년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하는 1969년까지를 '전기'로 1970년 서초동 시절부터 1990년대까지를 '후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전기에는 주로 현실의 삶, 일상에서의 체험, 삶과 죽음을 표현하였고,
후기에는 세계의 여러 경관, 자연, 인물을 통해 작가 본인의 꿈과 낭만을 표현하였습니다.
천경자 작가의 작품에는 꽃과 여성이 작품 속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꽃은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계절인 봄을 상징하기도 하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일시적이며 죽음과 소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또 여행에서 느낀 이국적 정취를 그리고 원시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매시장에서는 주로 '여인'과 '풍경' 두 가지 테마로 천경자 작가의 작품을 나누기도 합니다.
동양화가이면서도 밝은 색채를 많이 사용하였고 파격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그렸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공부해서 외국물 마셔서 그렇다, 지나치게 왜색물이 들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으나 환상적인 세계관을 결합시킨 밝고 짙은 색을 사용한 채색화로 전통적인 한국화에서 벗어난 새로운 영역을 개최하였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천경자 작가는 완벽하지 않으면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천성 탓에 채색화 작품 수가 적은 편입니다.
대신 드로잉 작품이 1천여점 있습니다.
3. 작품 소개
천경자 작가의 작품입니다.
어떤가요? 작가 소개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 속 여인을 통해 작가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 같이 느껴지십니까?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의 여인은 화관 대신 머리에 뱀을 두르고 있습니다.
뱀을 보니 천경자 작가의 <생태>라는 작품이 떠오릅니다.
천경자 작가가 1951년에 그린 <생태>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특별한 배경 없이 35마리의 뱀이 우글거리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한국화는 산수화와 인물화, 항아리 등의 소재로 그린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불경한 뱀을 소재로 더군다나 여류화가가 그렸다는 사실에 엄청난 이슈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천경자 작가의 작품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제가 올린 그림 이외에도 정말 좋은 작품이 많이 있으니, 꼭 검색해서 다양한 작품을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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